허진수 팀장 ‘럭스로보 개발 문화의 완성’

[개기자의 개터뷰 #7]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 오세용 기자가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필드의 개발자를 소개합니다.

일곱 번째 인터뷰이로 허진수 럭스로보 팀장을 만났습니다. 허진수 팀장이 속한 럭스로보(LUXROBO)는 로봇 모듈 플랫폼 스타트업입니다. 17명 개발팀의 소프트웨어를 관리하고,  마소 394호 필진 그리고 ‘마소콘 2018’ 스피커인 허진수 팀장을 개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허진수 럭스로보 팀장을 소개합니다.

▲웃음을 참는 허진수 팀장. / 오세용 기자


– 자기소개를 해달라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컴퓨터 일을 하는 대학생이다.


– … 그건 무슨 조합인가? 물리학 좋아하나?

대학교 3학년까지는 좋아했다. 4학년에는 재미가 없었다. 난 물리에 뜻이 없다. 컴퓨터를 깊이 공부하다 보면 물리 내용이 나오긴 한다. 뭐, 도움은 되는 것 같다.


– 왜 물리학과를 갔나?

고등학교 때 항공우주, 구체적으로는 로켓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씩 공부하다가 물리1, 물리2 과목이 성적이 잘 나와서… 고등학교 때는 물리가 재밌었다.


– 그게 전부인가?

사실… 수시가 안될 줄 알았는데 물리학과로 넣은 수시가 됐다. 정시로는 기계공학과 가려고 했다.


– 이과였나?

디미고(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나왔다.


– 음?

이게… 히스토리가 있다. 컴퓨터는 초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깊이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간단히 C언어로 헬로월드 프린트해보고 그랬다.

중학교 때 책 보면서 좀 더 깊이 공부하다가 컴퓨터가 더 좋아져서 디미고를 갔다. 디미고는 컴퓨터를 수업시간에 배우는데, 컴퓨터를 수업으로 듣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 그리고 디미고는 컴퓨터 교육 외 수능 공부도 많이 시킨다. 그래서 그렇게 됐다.

아, 아버지가 시스템 엔지니어다. 어렸을 때 아버지 회사 서버실에 들어갔던 기억도 난다. 아버지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 디미고는 기숙사 아닌가? 기숙사 생활은 어땠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너무 재미없었다. 2학년 때는 적응을 해서 일탈도 하고 그랬다.


– 어떤 일탈을 했나?

저녁먹고 야자 들어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산을 타고 시내에 나가서 치킨 먹고 오고 그랬다.


– … 그게 일탈인가?

일탈이다.

▲치킨 일탈을 뿌듯해하는 허진수 팀장. / 오세용 기자


– 치킨 먹다가 수시 합격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생활이 재미없어서 수학, 물리 문제집만 많이 풀었다. 그때 물리에 관심이 생겼다. 컴퓨터가 부, 물리가 주가 됐다. 그러다가 대학에 와서 컴퓨터가 주, 물리가 부가됐다.


– 물리학과 간 게 더 일탈 같다.


– 럭스로보는 무슨 회사인가?

교육용 소프트웨어 교구를 판매하는 제조업체다. 아니, 소프트웨어 교육 도구 개발 판매업체다. 음… 사업자 등록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으로 돼 있다.

▲럭스로보 모디 익스퍼트 킷(MODI Expert Kit) 스마트 토이. / 허진수 팀장 제공


– 럭스로보에 어떻게 합류했나?

대학교 1, 2학년때 물리공부 열심히 하다가 다시 컴퓨터를 공부했다. 전기전자를 복수전공 하려고 수업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대 친구들과 친해져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다. 여기에 푹 빠져서 같이 숙식을 해결하며 대회도 나가고 그랬다.

아, 연세대 공식앱을 내가 다시 만들어서 운영하기도 했다. 사용자는 3천명 정도였다. 동아리에서 무인항공기도 개발하고, 아무튼 이때 굉장히 재밌게 공부했다.

그러던 중 연구실 학부생 인턴을 하는 후배가 선배를 소개해줬다. 연구실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었는데, 이 사람이 럭스로보 CTO였다. CTO가 나를 찾아와서 같이 일하자고 했다.


– 박사과정 CTO가 친구 말만 듣고 스카우트를 한건가?

당시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 개발 관련 글을 많이 썼는데, 그걸 보고 온 것 같다.


– 아,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나?

그렇다. 이후에도 계속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도 기고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4호 “아마존 API 게이트웨이와 AWS 람다로 구성하는 다운로드 서버”.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4호 발췌


– 그래서 CTO 제안을 냉큼 수락했나?

휴학하고 재밌게 무인항공기와 앱을 만들고 있었고, 친구 회사 일도 돕고 있어서 거절했다. 하지만 CTO가 프리랜서로 잠깐만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다가… 회사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그래서 합류하게 됐다.


– 그게 언젠가?

3학년 1학기 휴학했을 때… 물리도 재미없고, 럭스로보가 좋아서 합류했다.


– 그때 럭스로보가 몇 명이었나?

15명? 20명?


– 가서 뭐했나?

C++로 코딩했다. iOS 네이티브앱이 필요해서 스위프트를 배워서 2주 만에 만들기도 했다.


– 2주만에 배워서 했나? 무슨 기능이었나?

모디 키트 리모트 컨트롤, 알람 등 비교적 간단한 기능이었다. 이후에는 모디 스튜디오 코어 데몬을 C++로 리팩토링했다. 이후 개발관리 포지션 제안을 받아서 소프트웨어 개발 총괄을 하고 있다.


– 지금 4학년이면, 2년만에 그렇게 된 건가? 럭스로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몇 명 있나?

연구소에 17명 있다.

▲럭스로보 단체사진. / 허진수 팀장 제공


– 출근하지 않고 17명 리모트 관리가 되나?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 어떻게 만들었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회사는 깃만 사용하고, 빌드 자동화, 코드 리뷰 시스템 등이 없다. 이 경우 리모트로 관리하기 힘들다. 통화로도 한계가 있다.

럭스로보는 모든 팀이 같이 코드 변경사항이 생기면 깃 브랜치는 깃 플로우로 관리하게 하고, 기능 개발은 피처 브랜치를 만들고, 버그는 핫픽스 브랜치를 만들게 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를 정했다.

코드가 완성되면 무조건 최종 승인자는 나로 하고, 팀 내에서 본인을 제외한 2명이 코드리뷰를 해야 한다.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정해서 확인을 하면 이모티콘을 단다. 코드 리뷰가 된 코드는 내가 최종적으로 확인 후 머지한다. 머지 후 빌드와 배포는 자동으로 처리되고, 테스트 담당자에게 알림이 간다. 통합 테스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릴리즈 당일 모든 테스트가 통과되고, 태깅만 하면 홈페이지까지 자동으로 릴리즈된다.

즉, 나는 리모트로 코드 리뷰가 끝난 소스만 최종 확인한 뒤 머지만 하면 되는 것이다.


– 17명은 절대 적지 않은 인원이다. 게다가 최종 승인자라면, 기술은 물론 기획단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이 몰리면 일이 많긴 하다. 일을 참 많이 했다. 하루 16시간 이상 일했다. 이동 시 버스와 지하철에서 코딩도 자주 했다. 기획 시에는 나와 사전에 컨퍼런스 콜로 협의를 하고 진행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마소콘 2018에서 이야기하겠다.


– 아,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상암 누리꿈센터에서 열리는 마소콘 2018 말인가?

그렇다. 럭스로보 개발 프로세스를 만들며 생겼던 ‘기술 부채’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마소콘 2018 스피커 허진수 팀장. / 마소콘 홈페이지 갈무리


– 기대가 크다. 그런데, 17명이 다 허진수 팀장보다 연차가 적나?

그렇진 않다. 나는 회사 일은 2년밖에 안 된다. 개발팀이 대체로 어리다. 내가 나이로 보면 중간쯤이다. 나이대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대체로 어리다.


– 경력 많은 사람들이 관리에 대해 불만은 없나?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나도 모르는 게 많으니, 모르는 건 바로 물어보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풀어갔다.


– CTO 포지션을 맡고 있는 건가? 아까 CTO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CTO는 비즈니스 쪽으로 많이 관리를 하신다.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경험치가 많다. 소프트웨어 쪽은 내게 많이 맡기는 편이다. 회사에 소프트웨어랑 하드웨어를 같이 개발하는 개발자가 많다.


– 어떻게 그런 좋은 인력을 모았나?

광운대학교 출신이 많다. 광운대에 로빗(ROBIT)이라는 동아리가 있는데, 거기서 많이 왔다. CEO, CTO가 연세대 박사과정인데, 연구실에서도 많이 데려왔다.


– 내년에 대학원을 간다고?

카이스트 전산학부에 간다. 뉴로머신 연구를 한다.


– 군대는 다녀왔나?

석사 끝난뒤 병역특례를 할 계획이다.


– 이후 계획은?

군 문제 해결 후 미국을 갈 계획이다. 우리 회사 어드바이저 중 인텔 분이 계셨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석사 끝나면 미국에서 일을 해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주변에 유학생들이 많다. 특히 미국에 많아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1년에 한 번 미국 여행을 한 달 정도 가는데,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 이야기 하다 보면 미국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인다.


– 영어는 편한가?

그냥 간단한 대화는 된다. 학업을 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 기술적으로 창업을 해볼 생각은 없나?

있다. 회사에서 카이스트 석사 끝나고 자회사를 차리는 게 어떠냐 이야기도 하고 있다. 고민 중이다.


– 아직 석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많은 믿음을 주신다. 하지만 창업은 정말 조심스럽다. 많이 힘든 걸 잘 알고 있다.


– 창업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대학원 연구 주제를 정해둔 상태다. 유아의 음성을 분석해서 심리상태를 알려주는 것을 하고 싶다. 내가 갈 연구실에 우울증 사전 진단 연구 논문을 썼는데, 이게 재밌어 보여서 영유아 쪽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이 논문이 잘 될 경우 사업화해볼까 고민이 있다.


– 짧은 연차치고 사내 영향력, 기술력 등이 상당하다. 공부랑 일만 하나? 일탈은 또 안 하나? 치킨을 먹는다던가.

음…

일만 했나보다… 뭐, 일을 좋아한다. 음… 그래 뭐… 나는 일만 했다.

아,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코딩 교육 동아리도 했었다.


– 코딩을 배웠나?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튜터로 웹사이트 만드는 것을 알려줬다. 언어는 루비, 프레임워크는 루비 온 레일즈를 썼다. 연세대 5기로 활동했다.


– 근데… 그것도 일의 연장선 아닌가?

그래도 재밌었다. 당시 상경계열에서 멘티들이 많이 왔다. 가르쳐줄 때마다 너무 재밌어해서 나도 즐겁게 했다. 한 학기 정도 재밌게 했다.

아,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 게 취미다. BOSE QC35-II 헤드폰을 착용하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정말 좋다.

아, 영화도 많이 본다. 개봉하는 건 거의 다 본다. 인터스텔라, 제로 다크 서티가 인생작이다. 특히, 인터스텔라 너무 좋다. 밤에 잘 때 틀어놓고 자기도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나중에 보잉 첨단기술연구소에서 일해보고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해보고 싶었다. 로켓을 만드는 곳인데, 거기선 물리학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다.

▲허진수 팀장과 오세용 기자. / 오세용 기자


– 가서 좋은 연구자가 되길 바란다.

고맙다.


– 그럼 난 간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