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화 <일 잘하는 평사원의 업무 자동화> 저자 “업무 자동화, 비 개발자도 할 수 있다”

[개기자의 개터뷰 #3]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 오세용 기자가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필드의 개발자를 소개합니다.

세 번째 인터뷰이로 이태화 (주)오름정보통신 CTO를 만났습니다. 이태화 CTO는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주)오름정보통신에서 CTO로 일하고 있습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업무 자동화를 주제로 1년 반 동안 강의했고, 최근 업무 자동화 관련 파이썬 도서를 집필했습니다. 비 개발자가 업무 자동화에 성공하는 것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이태화 CTO를 소개합니다.

▲활짝 웃는 이태화 CTO. / 오세용 기자


– 자기소개를 해달라.

패스트캠퍼스에서 강사를 하고 있고, <일 잘하는 평사원의 업무 자동화> 책을 썼다. 주식회사 오름정보통신에서 일하는 이태화다.

– 강의도 하고, 책도 쓰고, CTO도 하는 건가?

그렇다. 최근엔 온라인 강의도 찍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 패스트캠퍼스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무슨 강의를 하나?

파이썬을 활용해서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직장인들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이썬보단 업무 자동화가 주를 이루는 강의다. 엑셀을 활용해 자동화를 하는 등의 실습을 한다. 한 강의가 12회로 주 2회씩 6주 동안 이뤄진다. 하루 3시간 강의를 하고, 20~25명 정도 수강생을 받는다.


– 수강생들 반응이 좋다고 하던데, 반응이 가장 좋은 수업이 뭔가?

SNS 활용 수업이다. 파이썬으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해 좋아요를 눌러주는 수업이 가장 반응이 좋다.


– 신기해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당연히 너무 좋다. 학부, 대학원 모두 공대를 나와서 주변 지인이 대부분 개발자다. 수강생들에게는 많이 어려운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재밌어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개발을 모르는 수강생에게 개발을 가르쳐 주는 것이 참 보람 있다.


–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나?

수업 시간엔 반응이 괜찮은데,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도 몇몇 수강생이 피드백을 줬는데, 긴 분량의 텍스트를 가지고 반복작업을 하는 수강생이 있었다. 내 강의를 듣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했다며 연락이 왔다. 아… 정말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너무 고마웠다.


– 그렇게 기뻤다니… 그날 술 좀 마셨나?

당연하다. 집 앞 국밥집에서 소주 한 병 했다.


– 원래 주량이 한 병이 아닐 텐데?


– 수강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아무래도 업무시간 외 수업을 들으러 오는 분들이라 열정이 남다르다. 보통 직장인이고, 종종 대학생들도 온다. 중소기업 사장님들도 오시는데,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워 간단한 반복작업을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기 위해 오신다.


– 패스트캠퍼스 강의는 어떻게 하게 됐나?

패스트캠퍼스는 우연히 시작했다. 지인이 패스트캠퍼스에서 일하게 돼 우연히 강의 목록을 봤다. 나도 관심이 있는 주제가 있어, 나도 이런 주제는 해볼 수 있다고 했다가… 마침 그 강사가 강의를 못 하게 돼 제안을 받게 됐다. 고민하다가 기회인 것 같아 해보기로 했다.


– 준비돼 있던건가?

아니다.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였지, 강의 자료가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원래 강의는 ‘업무 자동화를 위한 파이썬’이었다. 파이썬이 주가 되는 강의였다. 난 업무 자동화를 주로 하고 싶었다. 결국 커리큘럼을 다시 짰고, 지금의 강의가 됐다.


– 원래 강의를 해봤나?

박사과정을 하면서 학부생들 수업은 해봤다. 실습 위주의 데이터베이스 강의 등 이었는데, 2년 정도 했다. 원래 사람들 앞에서 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학부생들 강의를 하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강의는 처음이라 부담이 되긴 했다.


– 지금 강의를 얼마나 했나?

1년 반? 10기수 진행했다.


– 한 기수가 12회 강의면, 벌써 120회를 한 건가?

벌써 그렇게 됐나? 처음엔 10회 강의였다. 수강생들 피드백을 받고 보완하다 보니 12회로 늘었다. 100회 정도 된 것 같다.


– 그 경험을 살려서 책을 쓴 건가? 그럼 책은 금방 썼겠다.

전혀 아니다… 책 쓰는 데 1년 걸렸다.


– 강의 내용이 다 있는데 왜 1년이나 걸렸나?

글재주가 없는 것 같다. 강의랑 글쓰기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강의 내용을 글로 옮기는 게 어려웠다. 책을 쓰다 보니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도 생겼고, 예제도 더 추가하다 보니 그렇게 걸렸다.

▲도서 <일 잘하는 평사원의 업무 자동화> . / 프리렉


– <일 잘하는 평사원의 업무 자동화> 많이 팔렸나?

사딸라.

– … 온라인 강의는 뭔가?

패스트캠퍼스에서 찍었다.


– 아, 강의를 그냥 녹화했나?

아니다. 다시 찍었다. 이것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른가?

다르다. 일단 수강생이 앞에 없다. 강의는 수강생들과 같이 호흡하며 만들어야 하는데, 수강생이 없으니 혼자 떠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온라인상 다른 강사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더라. 그래서 다시 찍고, 보완하고 그러다 보니 오래 걸렸다.


– 이미 검증된 강의고 책을 쓰며 한 번 더 검증 했는데, 왜 그리 신경 쓰나?

그냥… 내 기준치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나라면 이 강의를 살 것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찍었다. 어쨌든 이제 다 찍었고 편안하다.


– 일하면서 강의 찍고, 책 쓰는 게 쉽지 않은데… 박사과정은 뭘 했나? 업무 자동화와 관련 있나?

SSD 안에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그 알고리즘을 만드는 걸 연구했다. SDD 내구성 향상을 위한 알고리즘이다.


– … 그거 재밌나?

더 나은 알고리즘을 위한 연구는 재밌었다. 하지만 자료 조사, 시뮬레이션 등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 박사 수료까지 했는데, 그 일은 왜 안 하나?

나는 개발이 더 하고 싶었다. 대학원생 시절에도 계속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 그래서 병역특례를 개발하는 회사에 가서 일했다.


– 그런가? 무슨 언어를 다뤘나?

주로 펄(Perl)을 다뤘다. 간간히 Go, 파이썬, C도 다뤘다.


– 펄? 펄 개발자 처음 봤다. 그거 재밌나?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펄을 잘 못다뤄서인지 가독성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 이게 잘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쓰면 퍼포먼스가 좋을 것 같은데,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좋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 그래서 지금 펄 쓰나?

안 쓴다. 내 스타일 아니다. 요즘은 파이썬, Go, Vue 등을 쓴다. 근데, 딱히 안 가린다. 필요하면 PHP를 쓰기도 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쓴다.


– (주)오름정보통신은 무슨 비즈니스를 하나?

통신분야 비즈니스다. 통신과 업무 자동화를 결합해 솔루션을 만들었다.


– 통신?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U+ 대리점의 CS(Customer Service) 업무라고 하자. 요금제 조회 등 단순 업무가 굉장히 많다. 이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이다. 자사가 운영하는 대리점이 있어서, 여기서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있다. 조만간 상용화가 될 것이다.


– 강의 콘텐츠와 유사하다.

그렇다. 업무 자동화 강의를 하다가 솔루션을 만들었다.


– 박사과정에서 연구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

석사는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박사과정은 계획한 것은 아니다. 석사를 마치며 언젠가 교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마침 연구실에 박사가 없어 교수님이 제안하셨고, 그렇게 박사를 시작했다.


– 연구 내용과 지금 업무가 관련이 없는데, 박사는 잘한 것 같나?

잘한 것 같다. 아직 졸업을 못 해서 학위를 다시 밟고 있다. 그래도 박사과정을 하던 2년간 정말 많이 배웠다. 일하는 방법을 배웠고, 매주 논문 발표를 하면서 발표에 익숙해졌다. 석사 후배들을 가이드 하는 경험도 했고 2년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 힘들었나?

… 인생의 암흑기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 박사 졸업도 병행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 2~3년 안에 졸업할 계획이다. 국제 PCT 특허도 있고,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 같다.


– 국제 PCT 특허가 뭔가?

PCT 국제 특허는 미국 특허다. 플래시 메모리 특허다. SSD 수명이 있다. 수명을 다하면 못쓴다. 지금은 많이 안정화가 됐는데, 당시는 이슈가 컸다. 인디케이터를 SSD에 달아서 위험한 신호를 보내주는 정책을 만들었다.

▲이태화 CTO의 PCT 특허. / https://patents.google.com/patent/WO2013094914A1/ko

– 특허도 있는데, 다시 이쪽 분야 하고 싶나?

연구로는 이쪽 분야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했던 연구는 지금 활용을 못 한다. 너무 빠르게 발전했다.


– 강의, 집필, 연구, CTO. 개발자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지금 삶에 대해 만족하는가?

불만족스러운 게 있긴 하다. 그동안 개발을 많이 하진 못했다. 뛰어난 개발자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발을 좀 더 하고 싶다.


– 학구적인 갈증이 있는 듯하다?

아니다. 실무적인 관점에서다. 개발은 글을 읽으며 공부해서는 기술을 이해할 수 없다. 직접 해봐야 한다. 직접 개발해본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많이 하고 싶다.


– CTO의 삶은 어떤가?

우리 회사는 정말 소!소!소! 소기업이다. 개발도 하지만, CTO는 계속 신기술 공부를 해야 한다. 정체된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앞서 말했듯, 글만 읽어서는 안 되기에 시간이 늘 부족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 또, 그동안 강의와 집필로 내가 가진 것을 많이 나눈 것 같다. 많이 나눴으니 다시 채워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기술에 대한 깊이를 더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오세용 기자와 이태화 CTO. / 오세용 기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잘 됐으면 좋겠다.


– 보기 드문 착한 청년이다.

정말이다. 인터뷰하다 보니 스스로의 커리어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마소도 잘되고, 개터뷰도 앞으로 더 흥해서 다른 개발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고 싶다.


– 고맙다. 보기 드문 착한 청년. 난 이제 가겠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