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어떻게 생겨야 하는데?”

#iLookLikeAnEngineer

모든 것은 이 사진(대문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사진 속 여성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보안 관련 스타트업인 ‘원로그인(OneLogin)’의 플랫폼 엔지니어인 아이시스 웽거(Isis Wenger)다. 사진은 원로그인의 엔지니어를 모집하는 광고다. 평범해보이는 이 한 장의 사진이 8월 3일(현지시간 기준)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장악하는 발단이 됐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클로이 브레그만(Chloe Bregman) 원로그인 디자인&브랜드 경험 책임자는 테크 산업에서 여성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다양한 엔지니어를 채용하겠다는 의미로 이 광고를 기획, 제작했다. 문구는 “우리 팀은 훌륭합니다. 모두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재미있습니다”라는 일반적인 내용을 담았다. 사진의 주인공인 아이시스도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 몇 개를 공유한다.


“이상한 광고네요. 여성 개발자를 모집하려는 광고인 것 같은데 (모델이 예쁘니) 남자들한테만 좋겠네요. 하지만 뇌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일반적인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할지 모르겠어요. 이상합니다.”

“만약 광고의 의도가 더 많은 여성 개발자를 모으는 것이었다면 더 따뜻하고 친숙한 웃음을 짓는 모델을 내세웠어야 합니다. 이런 섹시하고 능글맞은 웃음이 아니고요.”

아이시스는 자신이 이렇게 주목받을 줄 몰랐다며 자신의  미디엄 블로그에 “여자가 광고 등에 나오면 외모밖에 볼 게 없냐”는 글을 올렸다. 그는 “광고는 그냥 엔지니어를 더 모으려는 캠페인이었다. 특정한 성을 지닌 엔지니어를 대상으로한 광고가 아니었다”며 “이렇게 차별적인 생각이 테크 산업에서 성 역할을 강요하고 틀에 박히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출처 : 아이시스 트위터
출처 : 아이시스 트위터

이어 그는 “난 이런 관심 바란 적이 없다. 그저 일반인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내 마음을 흔들어놨다.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내가 웃는 방식과 옷차림, 메이크업이 이슈가 된다는 사실이 불편하다”며 트위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테크 산업에서 성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트위터리안들에게 ‘#iLookLikeAnEngineer’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엔지니어가 어떻게 생겨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를 요구했다.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셀카, 아이들과 함께 노는 엄마의 모습,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아저씨의 모습을 올려 화답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테크 산업에서의 성 다양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주제다. 지난 2014년 엘렌 파오(Ellen Pao)가 전 직장인 ‘퍼킨스 앤 바이어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하지 못했다며 소송한 사건이 있었다. 파오는 소송에 졌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실리콘밸리의 성 다양성에 의심을 품게하는 소송건이었다.

지난해 시트릭스 시너지 2015 행사에서 만난 바바라(Barbara)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소개해야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는 미국 중앙정부의 엔지니어였다. 정부 부처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유지, 보수,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잘못되면 가서 고치는 일을 하는데 가끔 불러서 가면 ‘(여성인데) 정말 당신이 고칠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IT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증명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힘들다.(Don’t want to prove myself)”고 말했다.

아이시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광고 하나로 이렇게 큰 관심, 혹은 악플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적으로 느끼는 차별, 편견의 희생자가 됐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했던 사건이 아이시스라는 여성의 용기로 트위터의 해시태그 물결, 나아가 테크 산업의 성 다양성 이슈로 공론화된 이 사건은 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대변한 또 하나의 ‘벽돌’이 될 것이다. [마소]

[toggle title=”한국 테크산업에서의 성 다양성 문제는요…” load=”show”]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2014년 11월 내놓은 ‘ICT산업 내에서 성별임금격차 분석’ 보고서를 보면 여성 고용 비중은 상당히 낮습니다. 통신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업에서 여성은 4명 중 1명입니다. 그런데 정보통신전문가와 기술직 인력에서 여성의 비중은 16.4%로 더 낮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근속연수 차이도 2배 가까이 납니다. 남성은 7.5년, 여성은 4.9년입니다. 또 경력이 10년 넘은 종사자 중 여성은 10명 중 1명이입니다. 경력 단절이지요.

이 보고서의 결정적인 문구는 “한국에서는 성별 임금격차 중 그룹 특성 차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차별로 간주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와 “한국 ICT 산업에 임금 차별과 유리천장(여성이 조직 내에서 어느 직급 이상 올라가기 힘든 현상)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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