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10주년, 기술보다는 사람을 먼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Microsoft Research, MSR) 본사가 위치한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에서의 인턴십 첫날, 세계적인 논문으로만 만났던 석학이 제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해주고 필요한 논문도 전부 프린트까지 해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레드몬드 연구소에서 일하던 시기에 빌 게이츠 바비큐 파티에 초청받아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죠. 이렇게 큰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과의 만남은 제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레드몬드 연구소의 멘토가 연구 학회에서 제 논문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개하고는 추천서까지 써 준 덕분에 싱가폴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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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mirani@microsoft.com|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 학술연계 및 지원 담당하며 한국과 아태지역의 대학들과의 협업을 책임지고 있다. 2005년에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 합류한 뒤 대학 및 연구소, 교육 관련 정부 기관과의 장기적인 협력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고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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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는 아직도 ‘교수’라는 직함보다는 ‘학생’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이영기 박사의 이야기다. 10년 전 카이스트에서 박사 1학년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아시아(Micro soft Research Asia, MSRA)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1기 인턴이자 MSRA의 장학생(Fellowship)이었다. 그가 본사 레드몬드 연구소 인턴십 기회를 만들었다. 또 빌 게이츠는 그를 한국 대학원생 최초로 만찬에 초청했다.
이영기 박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한국 인재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온 지난 10년 간의 결실이고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는 대표적인 선례다. 아마 필자도, 그도 처음 진행하는 1기였기 때문에 인턴십 준비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처음’일 수밖에 없던 도전들을 함께 했기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기술보단 사람이 먼저다
MSR 소속으로 한국에서 학술 연계 및 지원을 뜻하는 대외협력(Outreach)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을 때 한국 학생과 교수, 연구 기관들에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랬다.
대외협력 프로젝트는 MS의 기술과 자원을 조건없이 개방해, 대학과 교수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한다. 학생들에게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경험을 쌓고 석학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교수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하고 그들을 만나 프로그램 취지와 내용을 설명했다. 사무실에 앉아 학교나 연구소에 공문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지원서의 내용으로만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연구에 열정을 가진 학생과 연구자의 그 창의성을 계속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시작하는 첫 단추인 만큼 훌륭한 학생들의 좋은 연구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인재들 한 명 한 명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그때까지도 산학협력은 기업이 프로젝트 발주를 주면 학교에서 이를 받아서 진행하는 상명 하달식이 대부분이었다. 혹은 기업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고 그에 따른 연구 결과를 가져가는 식이어서 인재 육성이나 연구 과정보다는 결과에 투자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MSR이 세계적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연구자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신하고 발전시킬 만한 연구주제가 있다면 즉각 지원을 결정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한다.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생태계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연구자가 원할 경우 소유권을 연구자와 소속 기관에 줬다. 연구과정에는 필요할 때 지원하고자 했고, 그 외의 불필요한 행정작업을 요구하지 않았다. 온전히 연구자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산학협력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렇게 MSR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협력에 나선지 10년 동안 대학, 정부, 연구소 등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와 협력들은 셀수 없을 만큼 많다. 올해에는 이 작업들을 되짚어보며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좋은 결과를 낸 것들은 외부와 공유하고 또 더욱 발전시키볼 생각이다. 그간의 경험을 활용해 앞으로 더 나은 협력을 이루어내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10년 투자의 결실… 사람 중심 플랫폼
MSR은 10년 동안 학술 연계 및 지원을 통해 많은 성과를 냈다. 학술 연계 및 지원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산학연을 통한 연구 협력과 교류, 인턴십/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한 이공계 인재 발굴 및 육성,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를 위한 인프라 지원, 대학 커리큘럼 혁신 지원이다.
인턴십/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십을 진행한 지금까지 국내 학생들은 MSRA 105명, 미국 레드몬드 연구소 41명에 달한다. 이들 중 3명이 워싱턴 레드몬드 연구소에서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4년에는 박용태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학생(지도교수 김효곤)과 홍승훈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학생(지도교수 한보형)이 펠로십 어워드(Fellowship Award)를 수상했다. 2015년에는 오태현 카이스트 전자과 학생(지도교수 권인소)과 이호준 KAIST 전산과(정보보호대학원) 학생(지도교수 강병훈)이 연구 활동 지원 장학금으로 1만 달러를 받았다. 수상자는 MS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고 MSR 연구원의 공동 연구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를 위한 인프라 지원을 통해서는 10년간 국내에서 250건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원된 금액은 순수 프로젝트 비용만 따져봐도 900만 달러(약 100억 원)에 달한다. 클라우드 지원이나 연구용으로 윈도우 코드 공개하는 등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지원들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또한 잠재력을 갖춘 교수진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아시아 최초로 전병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학술상(Microsoft Research Faculty Fello wship)’과 10만 달러 상금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었다.
또한 MSR은 기존에 없었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연구들을 산학협력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술교류의 장을 만들어 새로운 기술의 조류를 열고 그 안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 결과와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5월 한국MS 광화문 사옥에서는 한국과 일본 석학들의 혁신 기술 교류 행사인 ‘한일 아카데믹 데이 2015’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각국 분야별 가장 혁신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석학들이 대거 참석해 빅데이터, IoT, 머신러닝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의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 적용한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대학 커리큘럼 혁신 지원을 통해 이공계 커리큘럼 향상을 지원하고 학계와 함께 교육 컨텐츠 및 교수법 향상을 위한 작업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MSR과의 협력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컴퓨팅적 사고력(Compu tational Thinking, CT) 교육 과정을 개발한 연세대학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며
MSR 학술 연계 및 지원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면 과제의 결과물이나 기술은 자동적으로 따라 오게 돼 있다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철학이다. 학교와 학생, 연구단체 및 연구소에 연구에 대한 멘토링, 새로운 기술과 정보, 컴퓨팅 파워 등 각종 자원을 지원해 창의적인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연구원들과의 네트워크를 마련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MSR이 그 동안 진행해 왔던 인턴십 및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한 이공계 인재 발굴 및 육성, 산학연을 통한 연구 협력과 교류,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를 위한 인프라 지원, 대학 커리큘럼 혁신 지원과 같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국내 인재 육성을 위한 하나의 지표가 됐으면 한다.
또 다른 이영기 박사는 누가 될까?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새롭게 드는 기대, 그리고 이 사람이 어떻게 훌륭한 인재가 되어가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은 언제나 설렌다. 다시 한번 시작하는 마음으로, 어떤 젊은 학생과 연구원, 교수와 함께 협력하게 될지 기대된다.

● 정리 | 조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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