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만난 사람 시즌2] 동료의 성장과 좋은 문화를 고민하는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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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자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의 발전을 모두 경험했고, 현재는 티켓몬스터 CTO로서 더 좋은 커머스 기술과 즐겁게 일하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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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읽어 왔던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의 상당수는 성공한 경영인이었다. 그런데 개발자인 우리들은 사무실 안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필자는 우리 스스로가 ‘스타 개발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 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개발자로서의 ‘나’를 알리자는 것이고, 그로 인해 ‘나’라는 존재에 가치가 부여된다고 믿는다. 예컨대 회사의 제품 개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도 그 제품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만든 ‘나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개발자가 만난 사람’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이야기이고 여러분 동료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곁에서 말없이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숨은 고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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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영환 xenonix@gmail.com|행복한 삶을 꿈꾸며 글 쓰기를 좋아하는 개발자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기에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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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시작한 계기는
1983년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며 자랐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가려고 애쓰는데 나는 인터넷이 좋아서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개발 회사에 입사했다. 거기서 ‘원스톱 사이트 빌더’라는 소호형 쇼핑몰 솔루션을 만들었다. 쇼핑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자동으로 구축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그 후 2000년 3월에 프리챌로 옮겨 다양한 일을 했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었고, 원투원 마케팅 솔루션을 도입한 맞춤형 마케팅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메이크샵 같은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와 프리챌 게임 서비스 개발에도 참여했다.

원투원 마케팅이란
2000년에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마케팅 기술이었다. 요즘 말로 ‘개인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방문한지 1주일이 넘었고 마지막으로 구입한 상품이 장난감이라면, 이 고객에게 장난감 할인 쿠폰을 지급하거나 새로운 장난감을 추천하는 것이다. 프리챌에서는 이 마케팅 시스템을 2000년 하반기에 도입, 실행했다. 최근 개인화 서비스 전략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비슷한 모든 아이디어와 시스템이 10여 년 전에 이미 있었다.

역사와 기술은 반복된다
심지어 ‘브로드비전’이라고 불리는 원투원 마케팅 솔루션은 서버 사이드 자바스크립트로 개발됐다. 그 당시 아마존도 서버 사이드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했다. 최근 들어서야 자바스크립트가 서버 사이드에 쓰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래 전인 1995년에 출시된 네스케이프 엔터프라이즈 서버부터 자바와 서버 사이드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웹 개발을 할 수 있었다. (https://hacks.mozilla.org/2012/01/javascript-on-the-server-growing-the-node-js-community)
프로그래밍 역사를 살펴보면 성능과 생산성의 타협이 반복되곤 한다. 그 시대에서 성능을 해치지 않고 개발자가 코딩 하기 쉬운 언어가 각광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하고 각광을 받을지 궁금하다.

자체 자바 프레임워크를 만들며 힘들었던 점은
네이버에서는 많은 개발자들이 일하다보니 자연스레 ASP, PHP, 파이썬(Python) 등 다양한 개발 환경이 사내에 존재했다. 장기적인 전략 측면에서 개발 환경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통 개발 환경을 자바로 정했다. 문제는 상당수 ASP나 PHP 개발자들이 자바를 학습하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바에 익숙해 질 때까지 서비스 개발을 계속 미룰 수도 없었다.
각기 다른 환경의 개발자들이 자바 개발 환경으로 보다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ASP나 PHP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자바로 포팅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래서 Lucy라는 자바 프레임워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프레임워크가 점점 무거워지고 자바 웹 개발에 익숙한 개발자가 보기에는 불필요하거나 다소 복잡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 당시에는 가끔씩 동료들에게 서운한 말을 듣기도 했지만, Lucy에는 더 많은 동료를 위한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약 7년이 흐르고 네이버의 모든 개발자가 자바에 익숙해졌을 무렵 내가 직접 경영진에게 한 말이 있다. “이제 자체 프레임워크의 역할은 다 했습니다. 이제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사용해도 됩니다.” 그 누구도 우리 프레임워크 개발팀에게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우리는 네이버의 모든 동료 개발자들이 새로운 개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표 하나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네이버에서 보낸 시간은 좌충우돌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CTO의 역할은
사람마다 이해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나는 CTO와 같은 최고임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자신이 이끌고 있는 전체 조직의 공과 과를 모두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직의 강점을 발전시키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좋은 회사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티몬의 개발문화는
설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만 권위를 내세우면 무조건 반대하거나 무조건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CTO가 “이런 방법론을 쓰면 어때?” 라고 말하면 절반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정해!”라고 말하고, 나머지 절반은 “무조건 따라가자” 라고 말한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반대나 찬성보다는 서로 간의 설득을 통해 자연스레 방향을 잡아나가는 문화를 티몬에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료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회사, 동료,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같이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했으면 좋겠다. 셋 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함께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추천하는 책은
최근에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쓰여져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백년 전에 있었던 일들과 50년 전 있었던 일들이 똑같다는 점이다. 결국 누구나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서로 간에 오해가 쌓이면 모두가 힘들어 진다.
개발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람들이 써주는 게 좋고, 누군가가 “개발자인 당신이 부러워요”라는 말해줬으면 하는 것처럼 존중과 자아실현을 위해 우리는 개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정리 | 조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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